나에게 있어 도서관은 그저 관광관련 책이나 소설거리 등 시간이나 보내기 위해 갔던 정도의 기억만 남아있다. 그러나 서고 사이사이의 오래된 종이냄새와 조용한 분위기만큼은 정신건강을 맑게 해주는 것 같아 수업이 비는 시간에도 자주 찾아 갔었다. 4학년 무렵은 논문작성에 아주 지대한 도움을 주는 5층서고의 덕에 무사히 졸업을 할 수도 있었다.
학생이 아닌 조교로서 올해 처음 들르는 도서관은 나에게 실망감만 안겨줬었다. 주위사람을 생각지 않는 열람실 내에 잡담이라 던지, 휴대폰 사용, 그리고 마치 자신이 뉴요커인 마냥 서고 내에서 커피를 마셔주시는 센스까지... 그리고는 고스란히 그 뉴욕의 흔적을 남기고는 유유히 사라지는 학생들... 특히나 요즘은 영어필수 시대여서 그랬던 것인가. 모든 학생들이 보고 공부해야 할 영어서적들을 다른 층 서고에, 그것도 자신만 찾을 수 있게 숨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험기간이 되면 몰려드는 얌체족들 역시...
학창시절 도서관 전일제 근무를 했던 당시에도 이런 학생들은 소수 있었으나 지금의 사태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 일부의 몇몇 학생들의 애교(?)스런 행동들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도서관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과 근로 장학생들의 수로는 이 모든 행동을 100% 통제할 수는 없다. 결국은 우리 스스로가 바뀌어져 나가야 할 부분이거늘.... 나이 많은 영감의 푸념으로 생각지 말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잘못되었는지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스스로 반성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첫째, 1층 열람실과 서고 내의 열람실은 휴게실이 아니다. 1층 열람실의 경우는 조용하지만 3,4,5,6층 서고 내의 열람실의 경우는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일 경우를 자주 확인하곤 한다. 로비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서관 건물 자체는 어느 곳에서든지 정숙해야 하는 곳이 아니었던가? 각 층 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운동부족의 탓인가. 도서관의 넓음을 탓해야 하는 것인가. 복도까지의 거리가 너무도 멀어서 이내 포기해버리고는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울러 휴대폰의 경우도 똑같은 상황인 것 같다. 생각을 바꾸면 모두가 편안해 질 수가 있을 것이다.
둘째, 도서관 내 음식물 반입! Take-out 커피전문점이 아닌 도서관이다. 서고들의 자료손상에도 위험의 요소가 될 수가 있으며, 간혹 들고 들어오는 과자들은 소음공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겠다. ‘잠을 깨기 위한 커피는 되지 왜 안 되는가?’라는 반문을 물어오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지만 본디 원칙이라 함은 하나의 예외를 두게 되어버리면 모든 예외가 적용이 되어 원칙 따위는 필요가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조금의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모두가 사용하는 공공장소에는 그곳만의 룰을 따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셋째, 모두가 보고 모두가 사용하는 책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다른 곳에다 숨겨서 혼자만 보는 일은 없도록 하자. 그 책을 사용하기 위해 또 다른 학생은 열심히 찾을 것이고 결국 찾지 못한 그 학생은 근로 장학생에게 푸념을 할 것이며 근로 장학생은 오늘도 그 숨겨진 책을 찾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것이며 결국 찾지 못한 책은 분실도서로 분류되어 예산을 들여 또 그 책을 구매할 것이고 이는 다시 또 다른 학생의 은닉행위에 의해 악순환이 반복되어 질 것이고..... ‘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좋은 생활습관을 좀 더 배움이 어떻겠는가?
넷째, 시험기간 때에는 모두가 공부하고 싶고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다. 도서관 오픈시간에 맞춰 자리를 잡아놓고선 그 이후에는 함흥차사다. 책 한두개 정도로 자리를 잡아놓으면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하나? 그나마 1층열람실의 경우 무인좌석열람시스템이 있지만 이것 역시 한 학생이 여러 학생의 학생증으로 여기저기 찍어주고 있는 경우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마저 도서관 선생님이 제지를 하면 흥분하며 오히려 자신의 잘못은 모르고 흥분하는 추태는 american 스타일인가? 내가 일찍 와서 내가 자리 잡겠다는데 누가 뭐라 할 것인가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1인 1좌석이 원칙이지 않는가.
3,4,5,6층 열람실 역시 책으로 자리를 잡아놓으면 다른 학생들을 위해 한자리만 남기고 다 치워버린다. 그걸 또 치웠느니 마느니 하며 엉뚱한 근로 장학생들에게 다 풀어버리니 미치고 울 노릇일 것이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모든 학생들이 도서관 규칙을 잘 따르고 올바른 사용을 하지만 일어탁수라고 하지 않는가. 온 물을 흐리기 전에 자신의 몸가짐을 조금만 바르게 하자는 의미에서 글을 적어봤지만 왠지 다가올 안티의 후폭풍은 조금 두렵기도 하다. ^^;
수년간을 연마한 끝에 아름다운 보석이 나오듯,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잘 다듬어 가면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치를 소중히 하기위해, 그 보석을 연마하기 위한 보석 세공실을, 우리의 보금자리인 도서관을 좀 더 아끼고 원칙을 따라준다면 그만큼 더 훌륭한 보석이 탄생되지 않을까?
역사고고학과 이어진 조교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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