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처럼 외로운 사막을 홀로 걷고 있는 한 남자의 황량한 뒷모습과 흑백의 화면속, 무심한 표정의 사람들이
길위에서 겹쳐집니다. 길은 수많은 사람들의 역사가 지나가고 또 만들어지는 공간이자,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선이기도 하고,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야하는 외로운 풍경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그 길위를 지나
다니며 매혹당하고,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스크린 위에 길을 내고 그속으로 걸어들어오라고,
들어와서 함께 걸어보자고 손을 내미는 감독들이 있습니다. 고독과 소외, 혼돈과 소통의 부재를 로드무비라는
틀을 통해 형상화하고, 여기서 생각이 형성되고, 의미가 파생되며 희망과 소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걸어
가자는 방랑자들입니다.
자기 영화사 이름을 ‘로드무비(Roadmovie)라고 지을 정도로 로드무비에 대해 대단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빔 벤더스는 로드무비와 인간의 고독감을 결합시킨 <파리, 텍사스>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바
있는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이자 세계적인 거장 감독으로, 떠나고 없는 것들에 대한 상실감과 관계를 추구
하는 내면 깊은곳까지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또한 젊은이들의 방랑과 소통에 대한 로드무비이자, 국외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스산한 길의 풍경을 그 어느때
보다도 낯설게 그려냄으로써 사유하는 공간으로서의 길의 의미를 부여한 <천국보다 낯선> 을 만든 짐자무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1984년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 같은해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수상하여
단숨에 무명감독에서 미국 인디영화의 기수로 떠올랐으며 현재까지 일상에서 만나는 비일상, 소통의 부재
에서 발생하는 유머와 아이러니가 담긴 색다른 영화들을 선보여 오고 있습니다.
오즈 야스지로와 니콜라스 레이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애정 , 로드무비를 통한 세상과의 소통, 한때 빔 벤더스의
영화(물위의 번개)에 조감독을 짐 자무쉬가 참여하며 시작된 그들의 인연(스승이자 동료이자 친구와 같은)은
길위를 걸어가는 동반자처럼 나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끝에 어떤 영화들이 우리를 반겨줄지 모르지만 적어
도 그 길이 빨리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저만의 바람인가요? 그 길에 첫발을 내딛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걸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