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인문학도의 ‘아는 척’
<이기적 유전자> 책을 도서관에서 처음 빌린 때는 지난 7월이었다. 평소 독서량이 턱없이 적었던 탓에, 방학 때라도 정신의 허기를 달래고자 싶어 책을 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이기적 유전자> 이 책을 빌리고는 후회를 많이 했었다. 과연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야 하나 싶을 정도로 어려운 내용이 많았기 때문.저자인 ‘리처드 도킨스’ 는 “이 책은 무지한자, 동물학 전공학생, 전문가 지망생 모두가 읽어도 좋을 만큼 쉬운 내용이면서도 전문적인 내용을 가벼운 문체로 다루었다” 고 말했지만, 전혀 쉽지도 결코 가볍지도 않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자가 많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책 읽기를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앞으로 살면서 여러 사람과 토론하게 될 기회가 있을 텐데 그럴 때, 당당하게 내가 하는 이야기의 출처정도는 밝힐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 때문 이였다. 쉽게 말하면 ‘아는 척’을 하기 위해서였다.
나의 책읽기 목적이 순수하게 ‘학문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내가 책 읽기를 하는 동기의 대부분은 ‘아는 척’을 위해서 시작한다. 그러나 단지 ‘아는 척’을 하기 위해 내가 무성의하게 읽는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나의 관심과 욕심이 뒤섞인 책읽기 자세가 책의 내용과 핵심을 잘 파악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하루에 길게 읽으면 20페이지, 평소에는 10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뒤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지만, 중간 부분에 여러 가지 유전기호나 이론들이 나오기 시작 할 때는 책을 피는 순간이 고역의 시작 이였다. 동물학, 유전학은 나에게는 생소한 분야였기 때문.
그러나 의외로 책의 내용은 인간의 보편적 관심사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인간의 존재 목적이 유전자의 자기복제성 때문이라는 도킨스의 주장은 책이 나올 당시인 70년대에는 파격적인 주장 이였다고 한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설득력도 갖추고 있었다. ‘도킨스’ 의 주장은 현재 정상과학의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도인 내가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론 을 과학적으로 반박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부족하지만 내 나름의 인문학적 사고로 그에게 반박할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인문학이 존재하는 이유라고도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내 글은 끝맺음이 허술한 글쓰기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내가 쓴 글을 여러 차례 다시 보면서 매번 느낀 점은 마지막이 어색하다는 점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좀더 내용이 진행 되어야 자연스럽게 결론으로 이어지는데 갑작스레 글이 종료된 느낌이 든다. 부족한 나의 철학과 문장력 때문이다.
내가 갖고 있던 생각들과 의문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가까운 예와 비유를 섞어서 사용하기도 했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례와 비유들이 적절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싶은 내용은 ‘인간’에 대한 나의 의견 이였다.
이런 심각한 단점들이 많이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글을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당선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글- 구자민,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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