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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클럽 '부커스' /감상문

긍정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긍정적 사고에 대한 고민

 

  독서클럽 팀원들의 투표로 선정된 첫 번째 책은 긍정의 배신이었다. 제목만 봐서는 왠지 읽기가 두려운 마음이었는데, 나는 시크릿을 일곱 번씩 읽고, 그것을 전하고 다니는 긍정전도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욕심이 많고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기계발서나 긍정적인 강연을 들으며 나의 긍정에너지를 다 잡는 편이다. 그래서 자칫하면 내 삶의 굳건한 믿음이 흔들려 내 자신이 무너져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거부감이 앞섰다.

  이 책의 저자가 긍정적 사고를 문제로 여기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본인이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서부터였다. 그녀 또한 암 진단 결과를 받기 전까지 나는 운동도 열심히 했고, 술도 많이 안 먹었고, 아이들도 일찍 낳아 모두 모유수유를 했으니 그럴 리가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결과는 달라지는 것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그 치유과정에서도 유방암을 앓는 여성들을 환자가 아닌 투쟁하는사람, ‘용감한, 격렬한등의 단어가 사용된다. 또한 치료를 이겨낸 사람은 생존자라고 표현한다. 암은 그렇게 나쁜 병이 아니며 내가 이겨낼 수 있는 것, 심지어는 선물이라고까지 느끼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방암 환자들은 유방암을 축복이라 여기며, 이를 통해 새 삶을 살게 되었거나 잔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등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세포생물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저자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그 유방암 문화를 그대로 따르지는 못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시각화해보라고 하는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싸우는 것, 그리고 나의 면역세포들이 암을 이겨낼 것이라고 상상하게 하는 것은 모두 엉터리임을 밝혀낸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면역체계는 암을 외부침입자로 인식하지 않아 싸우지도 않는다. 암은 결국 신체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감기나 몸살만 걸려도, 나는 꼬박꼬박 따뜻한 밥과 약을 챙겨먹으며 건강해져야 몸 속 세포들이 병을 이겨낼 거야.’라는 의사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을 믿어왔다. 게다가 과학 잡지에서 백혈구가 세균들을 잡아먹고 승리를 외치는 스토리의 만화는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남아있는데, 이것들이 거짓이라는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용상으로는 크게 어려운 것이 없었으나, 내가 믿은 보편적인 생각이 거짓이라고 하니 책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게 되었다. 그러나 책을 계속해서 읽어갈수록 저자가 말하는 긍정은 내가 생각하는 긍정과는 조금 다른 의미임을 깨달았다.

  이 책의 긍정주의는 맹목적인 긍정또는 병적인 낙관론등 부정적인 의미의 긍정을 말한다. 저자가 긍정에 대해 잘 지적했다고 생각한 것은 긍정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을 들고 왔을 때였다.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고, 저항의지를 잠재우며 청년의 실업난에 대해 지금당장 어려워도 참고 먼 미래를 위해 노력해라.’는 정신을 주입하는 것은 절대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뜻의 긍정이 아니었다.

    나는 책을 펴기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보다 나은 나의 미래를 그리며 지금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이 과제들에 지친 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나의 다이어리에 ‘mind control’이라는 제목으로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하자고, 노력한 만큼 잘 될 거라고, 힘을 내라고 글을 쓰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 나에게는 내가 긍정 이데올로기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에 한 없이 작고, 초라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긍정의 이면에서 나는, 내가 설정한 목표를 이루지 못하거나 실패를 마주했을 때 당연히 네가 더 노력하지 않아서 그래.’ 라며 내 자신을 탓하기 바빴다. 문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거나 대책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모든 불평을 나의 문제로 돌리기 일쑤였다. 모든 자기계발서와 나에게 힘이 되었던 강연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것들이 모두 결국은 긍정적 사고를 장려하는 하나의 사업이라고 생각하니 이제야 배신감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물밀 듯 밀려온다. 그래서 긍정의 배신인가보다. 나를 지탱하는 힘이 꽤나 크게 흔들렸지만 이제라도 다른 눈으로 긍정을 바라보게 됨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신문방송학과

유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