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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클럽 '부커스' /감상문

언어의 온도 / 이기주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되나요?’

저자는 위와 같은 질문으로 책을 써 내려가고 있다. 나는 작가의 이 질문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어떻게 언어에 온도라는 표현을 썼을까? 나는 살아오면서 이 표현을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이러한 독특한 생각과 간결한 필력이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는데 한 몫 한 것 같다.

 

언어는 말과 글과 행동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그 중 나는 말의 언어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작가 이기주는 병원에 들를 때마다 깨닫는 것이 있다고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저마다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공간인 병원에서 언어는 꽤 밀도 있게 전달된다. 특히 암 환자가 돌봄을 받는 호스피스 병동에선 말 한마디의 값어치와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작가는 의사에게 왜 환자들에게 환자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나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 의사의 대답은 간단했다. “환자에서 환이 아플 환이다. 자꾸 환자라고 하면 더 아파진다.”아픈 사람에게 00환자님 이라고 부르는 것 보다는 그들의 은퇴 전 직함을 불러드리는 것이 병마와 싸우려는 의지를 더 굳게 다져 준다고 한다. 그들이 건강하게 일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이 가슴 한 쪽으로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의술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언어는 쉽게 내 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아주 강인한 힘이 깃들여 있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안하다라는 표현이다. 작가는 미안하다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든 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왜미안해라는 말을 먼저 꺼내는 사람이 승자가 아닌 패자로 간주할까? 본래 사과(apology)라는 뜻은그릇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말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얽힌 일을 처리하려는 의지와 용기를 지닌 자만이 구사할 수 있는 승리의 언어가 사과인 셈이다. 나는 왜 고등학교 시절에 그 친구에게 사과를 하지 않아서 아직도 그 친구와 멀어져 있는 것일까? 그 사과 한마디가 뭐라고, 그 친구와 좋은 사이로 지낼 수 있는데 말이다. 미안해라는 말은 나이가 들수록 더 하기 어려운 말인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미안해라는 말을 우리에게 누구보다 잘 하시는 분이 계신다. 바로 우리의 부모님이다. 부모님은 참 그렇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려주시고, 자신의 희생하면서까지 누구보다 자식을 뒷바라지에 앞장서신다. 그렇게 늘 줬는데도 자식이 커서 뭔가 해드리려 하면 매번 미안하다고 말씀하신다. 단지 받는 것이 미안해서가 아니고, 더 주고 싶지만 주지 못하니까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향해 미안하다고 입을 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어란 참 그렇다. 어떤 사람에게는 참으로 떨어지지 않는 말이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하염없이 그 말을 내뱉어도 모자란 말이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우리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을 우리는 타인에게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말 한마디의 소중함. 우리는 매일 만나는 사람들에게 칭찬 한마디씩 해주면 어떨까? 나는 이 일을 오늘부터 실천해보려고 한다. 표현할 수 있을 때 많이 표현해야 한다. 그 대상이 친구든, 연인든, 부모님 말이다.

 

팀명 / 이름 : 세븐일레븐 / 정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