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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도서

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김행숙김연수박민규진은영황정은배명훈황종연김홍중전규찬김서영홍철기 지음, 문학동네_2014]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어느 시인의 노래가 이토록 가슴 아프게 박힐수가 있을까, 20144월은 그 어느 때보다 뼈아프게 잔인한 달이였다.

세월이란 이름을 단 배에 탄 304명의 꽃다운 생이, 이유도 모른 채 각자의 세월을 다 누리지도 못하고 침몰했다.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그 참혹한 사고의 현장을 두고 작가 김민규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라 했다.

이 처참한 사고와 사건의 현장을 우리는 모두 생생히 지켜봤다.

무엇이 우선시되는 사회인지, 자본이 생명보다 앞서고, 재난안전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역설적으로 똑똑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느꼈던 감정도 과거가 되어버리고, 자꾸 망각하게 된다.

슬픔과 분노가 들이닥친 자리에 남은 것은 죄책감이였으나, ‘가만히 있으라의 요청을 고스란히 수용한 착한 아이들이 바다에 수장된 것처럼, ‘이제 그만 잊으라는 무언의 압박에, 스스로의 망각에 넘어가려 한다. 아무말 없이 그저 따르는, 말 잘듣는 국민이 되길 바라는 세상에 순응할 때 우리 모두는 세월호 탑승자와 같은 운명에 속할 수 밖에 없다.

1년이 지났지만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있고, 진실은 규명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세월호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것이 바로 세월호가 아직 이야기 되는 이유며, 잊지 말아야 할 이유일 것이다. 이 모든 일을 너무 빨리 잊어버리고 만 우리도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모두 세월호 참사 이후 출간된 계간 문학동네에 게재된 것들이다. 편집주간인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사고와 사건은 다르며 사고가 처리와 복구의 대상인 것에 비해 사건은 진실과 관계된 대면응답의 대상이라고 보기에 서둘러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당연히 세월호는 사건이므로 이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의 진실을 대면하고 거기에 응답하는 일이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전제하에 세월호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의 지성인들이 바라보는 눈길을 좇아갈 수 있다는 점에 가치가 있다.

 

230 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의 이 책은 더 많은 이들에게 가 닿기 위해 일반 정가의 절반가격으로 엮였다. 또한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참여 필자 모두 책의 인세를 기부한다고 한다. 출판사인 문학동네도 판매수익금 전액 기부로 이 뜻에 동참한다.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들은 다 지난 일이지 않냐고, 이제는 지겹다고, 또 어떤 이들은 잊지 말자 한다. 허나 분명한 것은,

 

진실에 대해서는 응답해야 하고 타인의 슬픔에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posted by 유은미(백인제기념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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