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출판 길 여는 부크크…"내책 내는데 고작 7천원?"
작년 8월 설립해 주문출판 선도…고장원 등 SF부문 작가도 참여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지난해부터 약 330권의 출판을 진행중이거나 마쳤죠. 책을 내는데 들어가는 총 비용은 기본 사양으로 할 경우 250쪽 분량에 7천원 정도라 보시면 됩니다."
국내에서 생소한 주문출판(POD) 방식을 선도하는 신생 업체가 있어 출판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청년 창업 지원을 받아 한건희(27)씨가 친구인 권정민(25) 씨와 함께 지난해 8월 설립한 '부크크'다.
주문출판은 1쇄, 2쇄 등 미리 책을 찍어놓고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책을 주문하는 대로 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이어서 초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특징을 지닌다.
국내에선 아직 본격적으로 알려진 업체가 없어 시장규모 자체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2007년부터 '룰루닷컴'(lulu.com)이 주목을 받아왔다. 이 업체가 출판한 도서 종수만 이미 180만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 국제법과 에너지 등 공부를 하고 돌아온 뒤 뜻한 바 있어 2011년부터 사업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완성'이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그러나 창업을 앞두고 군대 문제가 걸려 일단 뒤로 미뤄야 했죠."
군복무를 마친 그가 사업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중기청의 사업비 지원 1억원 덕택이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교육 시스템 지원과 주기적인 사업 관리 서비스도 제공했다. 현재 직원은 5명이다.
한 대표에 따르면 현재 월평균 2천500권가량이 판매된다고 한다. 누계로는 지난 7개월 동안 약 1만여권 정도. 지난달에 손익분기점도 넘어섰다.
"저희는 책을 내고 싶은 무명 저자들과 출판사 사이의 가교 역할을 지향합니다. 저희 쪽에서 책을 냈다가 출판사와 인세 계약을 체결했거나 진행중인 분이 5명가량 됩니다. 출판계의 '마이너리그'라고나 할까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시를 발표해온 지민석씨는 부크크에서 책을 낸 뒤 현재 주요 출판사들과 출판을 협의중이다.
책의 편집과 디자인 등 모든 선택은 저자 몫이다. 책값은 일반 출판사의 정가보다 다소 낮은 수준. 다만 주문시 출판 방식이어서 출판에 드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저자가 전체 책값에서 35% 정도를 가져갈 수 있는 배분 구조다.
자가 출판 방식을 선호해 부크크를 선택한 잘 알려진 작가들도 있다.
공상과학(SF) 소설 분야의 평론과 번역 등을 통해 잘 알려진 고장원 작가의 경우 부크크를 통해 자신의 SF총서 전 20권 출간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네번째 책인 'SF란 무엇인가'를 냈으며, 곧 '외계인의 신화'라는 다섯번째 책을 출간한다.
그는 SF 고전으로 알려진 데이빗 린지의 '아크투르스로의 여행' 상·하권도 최근 부크크를 통해 번역 출판했다. 워낙 난해한 내용으로 악명이 높았던 작품인 탓에 SF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도전적 출간"이라는 반응과 기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