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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백인제기념도서관 2015. 7. 15. 11:05

 

한 편의 수사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 이 책은 몰입도가 굉장했다. 600여 쪽의 달하는 두꺼운 책이언제 다 읽지?’라는 부담감을 다소 느끼게 할 수 있으나 한 쪽 한 쪽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짬짬이 보곤 했는데 다음 장이 궁금해서 책을 내려놓기가 아쉬워 책갈피를 꽂는 순간이 야속했다. 책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많아 누가 누구인지 몰라서 상황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각 인물의 특징들을 잘 묘사해서 인상이 깊어 앞장을 다시 넘겨서 보는 경우가 없었다.

한 남자가 저격을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이 되는데 궁금증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저격을 성공시키기 위해 많은 사전 준비를 한 것을 알 수 있었고 저격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을 해서 총알이 날아가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었다. 군 시절 사격에 흥미가 있었던 지라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후 많은 경찰들이 등장하는데 그들 중 이 책의 핵심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는 여형사 피아와 반장 보덴슈타인이 등장한다. 두 인물은 공통적으로 이혼, 재혼, 자녀 등 가정사에 많은 굴곡들이 있는데 그중 인상이 깊었던 것은 피아가 이혼을 한 남편과 직장 동료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연락을 잘 하면서 지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서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인데 유럽에서는 헤어진 여자, 남자친구와 친구처럼 지내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피아는 한창 사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남자와의 여행이 계획 되어 있었는데 살인 사건과 여행과의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부분이 나온다.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마음은 이미 사건에 있는 피아는 결국 반장 보덴슈타인과 사건을 맡게 된다. 이 부분에서 정말 자신이 끌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피아라는 인물에게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나의 현재 상황과 미래에 대해서 한번 곱씹어 볼 수 있었다. 살인동기를 찾기 위해 실마리를 하나씩 찾아가면서 수사가 진행이 되는데 수사를 돕기 위해 네프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유능한 프로파일러인 그는 상당한 콧대를 가지고 있어서 수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그의 나름 많은 노력을 일삼지만 상대방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하는 장면에서 나는 혹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네프가 결국 낙동강 오리알 신세처럼 홀로 무시를 당하지만 끝까지 콧대를 내리지 않는 것에서 재미와 답답함을 느낄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그러한 철면피가 참 대단하기도 했다. 수사는 심장이식이라는 실마리를 찾으면서 한 계단 올라가는 것 같으나 계속되는 살인에 좌절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씩 단서를 찾아가면서 결국 사건을 종결 시킨다. 심장이식을 자신의 명예와 부를 위해 악용한 의사들을 수년간 추적하고 그들의 가족들을 살인하여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을 똑같이 느끼게 하는 것을 정의라고 정당화하는 범죄자의 마음과 끝까지 반성을 하지 못하는 의사들에게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책에서 나오는 의사들의 전문가 답지 않은 행위로 장기기증에 대한 다소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질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장기기증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막연히 기증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의견과 다양한 정보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같은 맥락으로 복지에서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복지도 떠올랐다.

여름밤 불을 끄고 선풍기와 스탠드를 켜놓고 시원한 음료와 함께산 자와 죽은 자를 읽는다면 완벽한 여름 피서가 될 것이라 장담한다.

 

사회복지학과/박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