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그리스인 조르바
이 책을 읽고 나는 조르바란 사람의 매력에 푹 빠졌다. 조르바는 인간이란 자유라고 했다. 조르바가 말한 자유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자유가 아니라 모든 것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의 의지가 주체가 되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다. 조르바는 모든 윤리관을 무시하고 자기 본능에 이끄는 대로 거침없이 살아간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가 사회부적응자, 고집 쌘 늙은이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부랄 잘린 돼지를 조롱하는 이에 분노를 느끼고 목숨을 걸고 과부를 지키는 등 생명 그 자체를 사랑하고 모든 것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보고 신비로 생각하는 순수한 사람이다. 이런 인간의 원시적인 모습을 갖고 살아가는 조르바야 말로 니체가 말한 ‘초인’이라는 개념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있지만 늙은 오르탕스 부인 만큼은 정말 불쌍했다. 한 때 4대열강을 무릎 위에서 주무르던 그 콧대 높던 오르탕스 부인이 남은 평생을 과거를 그리며 고독 속에 살다 결국 꺽다리 영감 조르바와 결혼을 맺었다. 얼마나 외로웠길래 조르바를 택했을까. 그리고 오르탕스 부인을 묘사할 때마다 늙은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암모니아 냄새, 다 찢긴 깃발 같은 년 하며 쓰는 것을 보니 작가가 이 오르탕스 부인이 싫었나 보다. 당시 젊었을 작가의 입장에선 이 두 늙은이의 연애놀이가 얼마나 불쾌했을까? 그리고 부인이 마지막 죽을 때마저 마을 사람들은 슬퍼하기 보단 건질 게 있을까 하며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몰려들어 빨리 죽기를 기다렸다. 마지막에 조르바가 곁에 있어줘서 다행이지 혼자였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이었을까? 참으로 고달픈 삶을 산 오르탕스 부인이였다.
무엇보다 조르바에게 배운 가장 큰 점은 바로 여자에 관한 거였다. 조르바에게 여자란 평생의 사업이었다. 물론 여자를 암컷이상으로 보지 않았던 것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여자에게 깨진 유리조각처럼 조심스럽게,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 조르바는 남자라면 여자를 기쁘게 해줘야 한다며 여자가 싫어도 좋아한다, 사랑한다며 말을 해야 된다고 했다. 이게 천국으로 가는 열쇠라고 했다. 그리고 역시 조르바는 진정한 남자였다. 두목과 헤어지고 또 과부 하나를 꾀어 말년을 같이 보냈다. 게다가 젊을 적에는 가위로 여자들의 털을 잘라 베개를 만들 정도였다니 엄청 잘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여자에게 봉사하고 기쁘게 해주는 것이 남자에게 주어진 의무고 자연의 법칙인 것이 아닐까? 책에 보면 두목(작가)도 맨날 자신을 괴롭히던 붓다 속에서 헤매다가 과부와 자고 나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즉 자연의 법칙에 따라서 비로소 붓다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덤으로 조르바에게 칭찬도 들었다. 나도 이제 별별 핑계로 시간 낭비 하지 말고 빨리 연애 사업을 실행해야겠다. .
마지막에 조르바가 죽고 두목에게 유언을 보냈다. 그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침대에 누워있지 않고 일어나 창틀에 손톱을 박고 먼 산을 바라보다 죽었다. 그는 그만큼 강인했고 자연의 신비를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조르바는 인생의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신비로 다가왔다. 그래서 세상을 느끼기엔 그에게 있어 삶은 너무도 짧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엔 모든 게 아름답고 기적이다. 다만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는 자연의 사소한 것만 봐도 기적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다. 즉 삶에 있어 행복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이게 우리가 조르바를 보고 배울 점이 아닌가 싶다. 결국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은 좀더 아름답게 다가 올 것이다.
김백수 (판타스틱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