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이책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김훈이란 작가의 새로운 산문집으로서 모두 5부로 구성이 되어있다.
그 중 1부의 소제목중 하나인 “라면을 끓이며”란 제목을 가지고 책의 서두를 장식한,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먹거리중의 하나인 라면이 글의 재료로서 어떻게 쓰여지고
전체 5부의 구성중 각각의 인상 깊었던 글쓰기 중에서 작가의 사유와 감성이 깊이 각인된,
감성과 논리의 경계선을 허물어뜨리는 작가특유의 필력이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글 몇가지를 소개하면서 이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전하고자 한다.
김훈작가의 글은 그 문체가 화려하고 유려하기로 정평나있다.
그러나 깊이 성찰하는 자세로 글읽기에 몰입하다보면, 단순한 글꾸밈을 위한 화려함이나 유려함이 아닌 따뜻한 감성이 내재된 냉철한 논리가 근저에 깊이 배어들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삶과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깊은 심연에 동화되어 가는 것을 느낄수 있을것이다.
1부 “밥”이라는 주제의 첫 머리에 나오는 “라면을 끓이며”라는 글에서는
라면이 산업화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1963년에 등장하여, 현재 전국민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인스턴트 음식의 대표로 자리잡기까지의 ,라면이 가져왔던 빈곤한 시대의 배고픔을 치유하던
식량의 기능에서,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고유의 깊은 맛과 치환되어버린 라면의 감각적인 맛에 깊이 발을 들여놓은 서민의 먹거리로서 존재하게된 맛의 이중적인 경로까지....
본문중에서 “맛에는 빈부차이와 관계없다는 말은 사람을 조롱하는 거짓말이다‘라는 문장을 통해 맛에도 분명한 빈부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라면이라는 상징적인 단어를 통하여 표현하고 있다.
2부 “돈”이라는 주제의 소제목중의 하나인 “세월호”에서는
이미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극명한 아픔으로 자리한 이 “지리한 상처”를 다시 꺼집어 내기가
싫지만, 반면 너무도 쉽게 잊혀지는 것에 대한, 현재사회의 끊임없이 순회하는 부조리와
돈이 가진 권력이 만들어낸 부패와 비이성적인 사고가 활개치는 사회에서
기본이라는 근본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 우리의 아들딸들이 다가올 미래사회에서는
다시는 그같은 아픔이 없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3부 “몸”에서는
여자를 구분 짓는 가장 대표적인 특징중의 하나인 화장하는 행위와, 물리학적인 차이로서의
몸의 구분을 통하여, 규격화되어가고, 아름다움의 몰가치성에 함몰되어 가는 미의 기준에 대하여, 현재사회가 울부짖는 매스미디어적인 아름다움의 감옥에서 탈피하여, 몸의 근원이 이루어내는 미적가치를 갈구하는 자유를 찾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4부 “길”과 5부 “글”에서는
길이 가진 모든 소통의 출발점과 마무리의 의미를 넘어, 길이 이루어낸 역사와 그에 따른 길의 변화, 그리고 길에 연결된 우리의 고향의 변화하는 모습들을 시대적 흐름에 따라 그려내고 있다.
끝으로 이책의 제목처럼 “라면을 끓이며”라는 책의 초입부에 정말 라면을 맛있게 끓일수있는 작가의 레시피가 세세히 소개되어 있어 이 책읽기를 마치면, 레시피대로 조리하여 한번 드셔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어쩌면 제목과는 각기 다른 성격의 글들이 책의 곳곳에 53편의 산문으로
엮어져 있어, 한편 한편 책장을 넘길때마다 작가의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글속에
녹아들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이 가을 다가기전 햇살좋은 날에,
작가가 주는 레시피대로 맛나게 끓인 따뜻한 라면 한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세상에서 제일 편한자세로 창가에 앉아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posted by 문일열(백인제기념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