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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미디어셀러' 뜨고, '40代'가 핵심 독자로

백인제기념도서관 2014. 12. 19. 16:15

-예스24 출판 시장 결산
'창문 넘어 도망친…' 1위
영화·드라마, 판매 이끌어
가장 많은 구매자 40대 女… 독서 인구 고령화의 징후
국내문학·자기계발은 하락

스웨덴의 작은 섬에서 일곱 살 아들과 닭을 키우며 사는 '싱글 대디'가 쓴 첫 소설이 2014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조사됐다.

요나스 요나손(53)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이 8일 예스24가 발표한 올해 베스트셀러 종합 1위(1~11월 통계)에 올랐다. 20세기 현대사를 기상천외하게 풍자한 소설로 6월에는 영화로도 개봉하며 판매에 새 동력을 얻었다. 열린책들은 "이 소설의 누적 판매량 43만부 가운데 약 3분의 1은 영화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베스트셀러 2위는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의 원작인 윤태호 만화 '미생'(전 9권), 3위는 역시 올 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해 성인 독자를 모은 동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 차지했다. 1~3위가 이른바 출판 바깥의 미디어를 발판으로 뜬 미디어셀러(media seller)다. 종합 10위 안에 올해 나온 책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6위) 하나뿐이라는 점에서 출판계의 기획력 빈곤이 드러났다. 예스24는 "미디어셀러 열풍이 출판시장을 이끈 한 해였다"며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커지면서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비밀의 정원'(19위) 같은 여행·취미 분야 도서 판매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표 참조〉

올해 가장 큰 특징은 40대의 약진이다. 연령대별 비중을 조사한 결과 40대가 39.7%(여성 25.2%, 남성 14.5%)로 30대(33%)를 제치고 핵심 독자로 등장한 것이다. 예스24 창사 이후 15년 동안 40대 구매자가 30대를 앞지르기는 처음이다. '독자는 3말 4초(30대 후반~40대 초반)'라는 인식도 깨졌다. 물론 자식의 책을 부모가 사거나 정반대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구매자=독자'는 아니다. 예스24는 "40대 여성이 가장 많은 책을 구매하는 고객으로 나타났고 전자책에서도 40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서 인구 고령화는 일본에 이어 우리가 당면한 화두다. 젊은 층이 읽을 만한 출판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넘어가는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점 등이 문제로 꼽힌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출판 시장 전체가 정체된 상태에서 20~30대 독자를 스마트폰·게임·영화 등에 빼앗기면서 독서 습관과 구매력이 있는 40~50대 비중이 높아진 것"이라며 "올해 미디어셀러가 많이 등장했다는 것은 책 자체의 공력이 빠졌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분야별로는 여행, 경제경영, 사회정치, 역사와 문화, 인문, 건강과 취미, 해외문학 등이 지난해와 비교하면 10% 이상 판매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문학과 자기계발 쪽은 하락세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박돈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