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20세기사: 우리가 기억해야 할 광기와 암흑, 혁명과 회색의 20세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_ 이상빈 옮김_ 조한욱 해제. humanist 편.
여러분이 기억하는 20세기는 어떠한가? 1,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으로 점철된, 그리하여 공포와 폭력의 시대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식민제국이 종식되고 다양한 혁명과 독립운동을 통한 자유를 쟁취한 시대로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그렇다고 믿는) 역사는 진짜 기억이라 확신할수 있는가.
내가 기억하는 나의 ‘역사’조차 그 기억을 공유한 타인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얼마나 많이 다른지 놀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가감하고 윤색하고 꾸미고 지우는 동안 우리가 살아온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삶으로 대체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것이 인류의 기억으로 확장되면 어떨까? 어떤 선택에 의해 가려지고 또는 부각시된 기억이 역사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말했듯이 ‘기억은 기록의 매커니즘이라기보다 선택의 매커니즘’이란 말은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그 ‘선택’을 하는 주체에 따라 역사는 달라지게 되는건 자명한 일. 역사가 정치의 선전도구로 이용되거나 도구화 되어 망각을 조작하고 새로운 지배관계를 강화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채택’한 역사와 ‘채택되지 못한’ 역사 중에 어떤 것이 옳다고 말할수 없지만 숨겨진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시도(또는 태도)는 중요하다. 과거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반성없이는 발전적인 미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샤를리 에브도 사태와 인질극 등 인종과 종교 갈등으로 비롯된 크고 작은 사건과 전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이러한 일들은 우리가 아직도 20세기의 연장선에서 살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그리하여 20세기를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데, 지난 세기의 잊혀지거나 의도적으로 역사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역사 평론서가 출간되었다. 이책은 부제에서 주제를 드러내듯이 ‘우리가 잊지말고 기억해야 할 광기와 암흑, 혁명과 회색의 20세기’에 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이 책은 20세기를 크게 네 시기로 나누고 있다. 공산주의의 대두, 1929년 대공황까지 다룬 ‘광기의 시대’, 대공황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는 1945년까지를 다룬 ‘암흑의 시대’, 1950년대의 냉전과 제3세계 국가들의 해방을 다룬 ‘적색의 시대’, 영국광부들의 파업과 베를린 장벽 붕괴를 거쳐 아시아에서의 금융위기까지 이르는 ‘회색의 시대’로 나누고 있다.
이러한 연대기적 구분과 함께 41개 주제를 통해 다양한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설명하려고 한다.
이를테면 ‘맨해튼에서 감시를 덜 받으며 이동하는 방법’등이 실려있는 식(2001년경에 제작된 맨하튼의 cctv위치 지도를 보면 cctv를 피해 빠져나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개인의 안전이란 명목 뒤에 개인의 사생활이 얼마나 손쉽게 노출되는지 놀라게 된다) 또는 의료진보 100년사를 한눈에 도표로 확인할 수 있다.
20세기에 관한 텍스트뿐 아니라 이를 수치화하고 도표화한 데이터로 가득해서, 도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20세기의 역사를 몸소 지나온 것 같다. 또한 각 장의 끝에는 그 장의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된 해제가 붙어 있는데, 짧지만 강렬한 이 해제를 통해 각 시대별 특징과 문제의식을 깊이 있게 해석하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각 장에서 언급된 역사적 사건이나 용어에 대한 해설도 따로 정리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책은 서문에서 책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정 사실들을 복원하고 잊혀진 사건들을 부활시키며 지적인 투쟁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20세기가 낳은 오욕을 가감없이 접하고 비판적인 성찰과 반성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함께 꿈꿀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세계를 이해하는 직은 시도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이책을 기획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라는 언론관으로 유명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자매지이자 국제관계 전문 시사지로, 국제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참신한 문제제기를 통해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민주주의, 평등박애주의, 반전평화등을 옹호하는 대표적 독립 대안언론이란 평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