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TV를 통해서 ‘마타하리’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여성 ‘스파이’를 했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물론,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도 책의 내용도 짐작하지도 못했었을 뿐더러, ‘파울로 코엘류’의 책을 처음으로 접해 생경했던 나로서는 읽을수록 오히려 흥미보다는 여성의 불우의 한 삶에 집중되며 안타까움만이 전해질 뿐이였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이를 탈피하고자, 때 이른 결혼생활을 택했다. 어쩌면, 이 선택이 기구한 그녀의 인생 서막을 열었을 지 모른다. 그녀는 누군가의 아내와 어머니이기 이전에 자신의 자유로움, 영혼의 숨결에 대한 화답을 원하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여자였고, 그녀는 표류하고 있는 유빙에 아랑곳 하지 않고, 빙산을 맞닥뜨려도 의연하게 대처하며, 누구보다도 자신의 색깔을 잘 아는 매혹적인 여자임에 틀림없었다. 나 또한, 그녀의 춤사위 또한 내가 직접 목격하였다면 매료당하지 않고서는 당해 낼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죄목은 자유로움과 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지위를 지켜내고자 하는 이유였고, 그러한 의연한 모습은 여성이라는 당시의 사회적 약자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노동자, 노인, 하층민의 인간됨의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역동적인 움직임이라 느껴졌다. 당시 유럽은 산업혁명과 제국주의가 팽배해지는 전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자본의 비인간화에 대한 페미니스트적인 여성의 울부짖음으로 표현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남성성으로 대표되는 전쟁이라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뜨거움을 표현하고자 독일로 향했던 결과가 비록, 자충수가 되어 곤경에 빠지지만, 그녀의 의연함에는 흔들림이 없었고, 처형되는 순간에도 백절불굴의 자세로, 알몸으로 전쟁의 비이성과 비인간화를 정면으로 맞서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뜨거운 마음도 ‘사랑’이란 감투를 쓴 뜨거운 홍염이 그녀를 휩쓸었고, 비텔에서의 짧은 시간들은 그녀를 오히려 곤경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이는,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의 ‘씨앗’처럼, 폭풍우 속에서 운명을 초연히 받아드려야 한다는 것을, 좁은 마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어린 ‘젤러’의 맘속에서 조금씩 싹트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마타하리’가 된 그녀의 몸짓은 오히려, 아름다움을 표현하거나 여성성을 대표하는 ‘섹스심벌’로서의 무희가 아니라 다시금 그녀 자신, “마르하레타 젤러” 자신의 사랑의 표현을 투영한 거라 느껴지니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또한 그녀에게 기메부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말아요. 사랑은 독이에요 한번 사랑에 빠지면 당신은 더 이상 당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게 돼요. 당신의 심장과 머리를 다른사람이 차지해버리죠” 그녀는 평범한 누군가의 어머니, 아내가 아닌 누군가의 정부, 제일가는 무희, 스파이가 되어버린 그녀에게는 사랑이라는 감정조차도 권력이었고, 자신이 감당해야할 ‘짐’이 되어버렸습니다. 시작부터 어긋나버린 평범함 속에서 그녀는 아름답게 보여지고 싶고, 뜨거운 열망을 가진 여자가 되어 버린 것도, 남들과 다른 여자가 되어버린 것도 내심 비통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많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3포, 4포, N포세대와 다를 것 없다는 생각에 20세기 초반의 사회 분위기의 삭막함이 되레 현재에서 , 다소 “낭만적”일수 있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더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보석’은 화려해졌을지 모르겠지만, 마타하리가 꿈꾸는 ‘정열의 세상’에는 다가가기 보다는 소실점을 향해 ‘씨앗’을 흘리며 걷는 것만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적적함에 페이지를 넘기기 보다는 페이지를 흘려보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비록, 낭만이 ‘태풍’에 휩쓸려 가장자리에 서게 되더라도, 누군가의 ‘눈’ 모퉁이에는 밝은 무지개가 비춰질 수 있도록, 안드레아스 부인의 뜨거운 선혈처럼, 여명의 눈동자처럼, 정진 할 것입니다.
물리치료학과 / 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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