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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클럽 '부커스' /감상문

죄와 벌 / 도스또예프스키

 

 

 

 

- 마지막 장을 차마 넘길 수 없는 책, ‘죄와 벌

1860년대 7월의 어느 무더운 날에, 뻬쩨르부르그에서 단 2주만에 일어난 모든 사건들. 이 긴 소설은 어떻게 보면 혼란스러운 어느 나라, 어떤 시대에 단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를 기록해놓은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뒤틀려 있는 인간들의 삶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가난과 고리대금업, 알코올중독, 살인, 매춘 그리고 방관. 사실 이 모든 것이 현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하다. 이 책은 라스꼴리니코프라는 휴학중인 대학생이 가난이라는 환경과 자신만의 이론에 갇혀 한 노파를 살해하기까지 그의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며, 그 주변인물을 통해 다양한 당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이론 안에서 인간은 두 분류로 나뉘는데, 사회의 불의에 순응하고 복종하며 살아가는 <범인>과 인류를 진보를 위해 사회의 도덕기준을 파괴하고 폭력과 살인을 과감히 저지르는 <비범인>으로 나뉜다. 가족을 위해 몸을 팔기 시작한 소냐, 오빠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부유한 가정으로 시집을 가려는 로쟈의 동생 두냐, 그리고 알코올 중독자로 생을 마감한 마르멜라도프와 같은 평범한 <범인>의 삶을 보며 자신은 <비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확신하기 위해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살인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논리적인 판단을 통해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양심은 편안하지 않았다가, 또 마지막까지 자신의 를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의 범죄 행위를 통해, 죄를 지은 사람이 들킬 수 밖에 없는 심리적인 과정과 선과 악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볼 수 있고, 환경이 범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또 자기희생이나 헌신에서 오는 개인의 만족감등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있다. 그러나, 이 뿐만 아니라 분명 무언가가 더 숨겨져 있는데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할지 모호하다. 몇 번이고 앞으로 돌아가 또 읽고 다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물과 사건들에 숨겨진 의미를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어 마지막 장을 차마 넘기지 못하고 남겨둔 책. ‘죄와 벌이다.

 

-‘죄와 벌이 말하고자 했던 죄, 그리고 벌에 대해

이 책을 읽고 세 차례 토론을 했는데, 나는 그 때까지도 에 대해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라스꼴리니꼬프의 는 그의 선의와 상관없이 어쨌든 살인을 저지른 것, 그리고 그 은 물리적인 징역살이가 아니라 그의 양심의 가책이나, 완벽하지 못했던 이론의 허점을 발견한 것 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로쟈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의 무능력을 경멸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렇다면 로쟈가 받는 은 어떤 의미였을까?

 

수학문제를 풀 때 답지를 보는 것이 내 계산능력을 떨어뜨리듯, 역자해설이나 작품평론을 읽는 것이 내 생각의 흐름을 막을 것이라 생각하여 읽는 것을 미뤄두었는데, 해답은 바로 그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이후 가장 사랑하는 가족인 어머니와 두냐에게도 솔직할 수 없었으며, 친한 친구인 라주미힌에게도 그 사실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결국 거짓과 은폐로 가득한 삶을 살며 모든 사람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이것은 그에게 곧 죽음과 동일한 의미였던 것이다. 결국 자살을 생각하기까지 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노파를 죽인 것이 곧 자기 자신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임을 알 수 있는데, 나는 사실 에필로그가 끝나는 순간까지 나는 제대로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이것이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를 인정하지 못하는 로쟈가 자수를 한 이유?

또 다른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 법정에서 어쩌다가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냐는 질문에 그는 모든 것은 그의 처참했던 상황, 가난하고 오갈데 없는 처지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것이 그의 솔직한 진술이라 파악했고, 이를 통해 불가피한 환경에서 발생한 범죄행위는 용인될 수 있는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가 자수한 이유 역시 진심으로 후회했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했기에 이 또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여, 그가 스스로 양심의 가책이라는 벌을 받아 이렇게 자수를 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수형생활 중 여전히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자신의 불완전한 이론 속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비범인>으로서 살인을 한 것을 자수한 것을 로 인식하고 스스로를 경멸하기까지 한다. 그가 자수를 한 것도 역시, 그가 사랑하고 의지하는 소냐라는 여인이 이렇게 자수하도록 했고, 그가 반성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유리할지 모른다는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한 자수였다는 것 역시 알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아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 많은 이에게 영원한 숙제로 남을 그의 이야기

그의 살인은 평범한 범죄행위가 아니었으며, 이를 통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돈에 이끌려 결혼을 하는 두냐의 모습, 집안을 세울 것이라 굳건히 믿고 자식에게 투자하는 어머니의 모습, 소냐와 같이 생계를 위해 몸을 팔거나, 가난한 가정을 뒤로하고 알코올중독자로 살았던 마르멜라도프, 이런 모습을 방관하는 주변인들 그리고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모습. 모두 거북하면서 동시에 낯설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로쟈의 이론을 통해 선과 악에 대한 깊은 고민과 권력자들이 피권력자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법과 질서에 대한 고찰을 해 볼 기회까지, 많은 시사점을 주는 책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아주 긴 시간 동안, 어쩌면 영원히 나에게 숙제로 남아있을 듯 하다.

 

팀명 / 이름 : 서로(書路) / 유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