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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베스트셀러]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0723일 출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저자 밀란 쿤데라의 소설 무의미의 축제. 저자가 2000년에 발표한 향수이후 14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로 인간 존재의 삶이 가진 의미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네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며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 작품은 밀란 쿤데라 문학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을 받았다.

6, 파리 거리를 거닐던 알랭은 배꼽티를 입은 여성들과 마주친 후 배꼽이야말로 이 시대, 남자를 유혹하는 힘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배꼽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에로틱한 메시지 무엇인지 고민한다. 한편 암에 걸리진 않았을까 걱정하던 다르델로는 의사를 만나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안도한다. 하지만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예전 직장 동료 라몽에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이야기하고는 묘한 희열을 느낀다.

스탈린은 사냥을 하러 간 곳에서 자고새 스물네 마리를 발견하는데, 탄창이 열두 개밖에 없다. 열두 마리를 쏘아 죽인 다음 탄창을 가지러 13킬로미터를 왕복하는데, 돌아와 보니 남은 열두 마리가 그대로 있었다는 사연을 자신의 동지들에게 이야기하지만 모두 이 이야기가 웃자고 한 농담이 아닌 역겨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 전립선 비대증인 칼리닌은 스탈린이 이야기하고 있는 중간에는 자리를 뜰 수가 없어 바지에 실례를 하고, 스탈린은 그 사실을 알면서 일부러 천천히 연설을 하며 그 상황을 즐기는데…….

 저자는 스탈린의 일화를 통해 농담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넘어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 새로이 에로티시즘의 상징이 된 여자의 배꼽에서부터 스탈린과 스탈린의 농담, 그에서 파생된 인형극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사유를 이어 가며 결국 인간 존재의 삶이 아무런 의미 없음의, 보잘것없음의 축제일뿐임을 보여준다. 하나의 농담에도 진지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의 무거움, 이러한 무의미의 축제야말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하며 그것이 우리의 시대임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