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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스] 꾸르제뜨 이야기

꽃망울을 터뜨릴 날을 기다리던 아이의 이야기.


 

  안녕하세요~이번호 부커스 작업치료학과 문주화입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나에게 일말의 예고도 없이 찾아온 책이다. 다른 책을 찾다가 얼떨결에 잡은 책이어서 그리 많은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기대하지 않은 영화가 예상외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처럼 책도 그런 상황을 자주 유발하는 것 같다. 이번에 읽은 <꾸르제뜨 이야기>가 바로 그런 소설이었다.

  처음 이 책을 잡은 이유는 새하얀 양장 표지에 조그맣게 그려진 꼬마 아이가 너무나도 예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꼬마아이가<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삽화에 그려진 제제와 비슷해서 제제를 생각하며 책을 덥석 집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 책 첫 장에 적힌 소개 글 때문이다. 문제아동 수용기관을 직접 방문해서 관찰하고 썼다는 점. 교육학자, 심리학자, 그리고 아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라는 점이 내 마음을 잡았다. 요즘 이런 문구에 자주 이끌리게 되는데 아무래도 지금 다니고 있는 작업치료학과의 영향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아이들과 자주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처음 이 책의 앞부분을 몇 장 읽었을 때, 그 이후의 내용이 꽤 우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의 아빠는 가정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도망을 갔고, 엄마는 아이가 쏜 권총에 맞아 죽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를 권총으로 쏘아죽인 소년이 감화원에 들어간 이후로 평탄할 삶을 살 수는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소년은 자신의 낙천적인 성격과 더불어, 상처를 가졌지만 보통 아이들보다 더 순수한 친구들과 함께 어렵지 않은 생활을 이어간다.

이 소설은 이카로스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꾸르제뜨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아이가 이끌어가는 소설이다. 낙천적이고 궁금한 게 참 많은 아이, 조금 성가시긴 하겠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시몽, 카미유, 알리스, 엘리자베스, 앙투안, 보리스, 쥐쥐브... 많은 아이들이 기억에 남지만 역시 가장 이외의 인물은 마담 파피노였다. 물론 자신은 주느비에브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처음 꾸르제뜨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만 해도 아이들을 사랑할 줄 모르고 그냥 물건 취급하는 선생님일 거라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말하자면 주느비에브는 아이들을 참 많이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특히 시몽을 일을 결정할 때, 나는 그녀의 마음이 절대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의 간청에 결국 마음을 돌려주었다. 이 일 하나만으로도 주느비에브가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낙천적이고 순수한 꾸르제뜨는 결국 자신의 부모를 대신해 줄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세상의 부모를 잃은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설의 첫 장에서 만난 꾸르제뜨는 항상 하늘을 향을 총을 쏘며 하늘을 죽이고 싶어 했던 아이였다. 하지만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어른을 만나게 되면서 꾸르제뜨는 더 이상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꾸르제뜨가 더 이상 하늘을 죽이고 싶지 않아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이들 사이의 우정이 참 보기 좋았고, 아이들의 사연이 가슴 아프기도 했고, 카미유와 꾸르제뜨의 이야기도 참 귀여웠던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내가 벌써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구나'하는 것이었다. 꾸르제뜨는 "어른들은 어린 애들이 다 ~한 줄 안다." 아니면 "어른들이 뭐든 다 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런 문장들을 읽으면서 "그래, 맞아."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어렸을 때도 이런 생각들을 했었던가?"아니면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이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지나 버린 것 같은 아쉬움을 전해준 소설이었다.
   다음 부커스 글쓴이는 임상병리학과 08 안혜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