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회복지학과 08학번 이수정입니다.
이번달 웹진에 제가 소개하는 책은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유명한 추리소설 <모방범>입니다.
‘살인이 잔혹한 일인 이유는 피해자의 가족들의 마음까지 서서
히 죽여가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공원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여자의 팔과 핸드백이 발견됨으로 시작된다. 그 뒤로 연속적으로 여성유괴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람들을 경악으로 몰아넣은 범인은 자신의 범죄행위에 도취돼 스스로를 방송에 드러내어 자신의 범죄 행위를 알리지만 그를 쫓는 사람들은 범인을 체포하기는커녕 그 실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뛰어난 탐정이 추리를 해 나가면서 범인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건의 일면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보통사람들과 사연들이 얽혀가며 범인을 따라간다. 가족이 강도에게 살해당하고 홀로 살아남은 고등학생 신이치, 실종된 손녀의 행방을 알고 싶은 두부가게 아저씨 아리마 요시오, 살인범 구라하시 히로미, 살인은 자신에게 아무 의미가 되지 않는 싸이코패스 아미가와 코이치, 이들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르포라이터 마에하타 시게코...등등 엄청나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집중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미야베 미유키의 섬세한 감정표현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아마 알지 못할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내용은 피해자 중심이 아닌,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가족들과 살인범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범인의 타겟이 된 피해자들은 특별한 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곁에서 늘 볼 수 있는 사람들이고 범인들 또한 특이할 점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이토록 안타까운 일을 겪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이유는 아마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는 허무한 어떤 것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고 느꼈다. 살인범이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그 마음속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피해자라고 해서 특별히 불쌍할 것도 없고 살인범이라고 해서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고 매도할 수 없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은 문제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다만 그 문제가 타인에게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면 <모방범>의 범인들과 같은 결과를 맞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데 주의할 점이 있다면 엄청난 수의 등장인물과 책 두께를 조심할 것.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해리포터에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며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서 책을 못 읽은 안타까운 사람이 있다. 인물도 많은데 그 이름마저 생소한 일본이름이라면 뇌를 최대한 활용해서 독서에 임해야 할 것이다. 또 엄청난 두께의 책은(더군다나 3권이나 된다.) 웬만한 각오가 아니라면 읽기가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 책을 내내 읽어가는 시간동안의 긴장과 짜릿함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했다. 또 다 읽고 난 후의 묘한 기분은 설명하기가 힘들다.
추리소설이라면 한 여름, 등골을 시원하게 해 줄때 읽는 것이 좋겠지만 <모방범>은 지루하고 긴긴 겨울밤나기에 딱 좋은 책이다. 이번 겨울 방학 때 재미있는 추리소설 한 편을 읽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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