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웹진에 글을 쓰게 된 08학번 한국학부 정원주 입니다. 제가 소개할 책은 ‘편혜영’이라는 작가의 <사육장 쪽으로>라는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친구로부터 소개를 받아 읽게 되었는데, 처음 이 책을 읽고 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잘 이해도 잘 되지 않았고, 이야기 자체도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지던 이 책을 다시 읽고 생각해보니, 이런 일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잔혹함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새로웠고 평소 접하지 못했던 소설이라 이 책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한 남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전형적인 도시인인 남자는 외곽의 주택으로 옮겨왔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재산 압류를 예고하는 경고장이 집으로 날아오는 파산지경에 이르며, 언제 집이 압류 당할지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사육장은 그런 불안감을 더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그런 불안감 속에 아이가 사육장에서 도망쳐 나온 개에게 물어 뜯기게 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납니다. 남자는 사육장 근처에 있다는 병원을 향해 달리지만 그 사육장이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개 짖는 소리는 사방에서 들려오고 남자는 자신이 찾는 것이 사육장인지 아이를 치료할 병원인지를 헛갈려하며 도시 전체가 사육장이라면 좋겠다며 글이 마무리 됩니다.
이 글에서 나오는 남자는 전원주택이야말로 도시인의 꿈이 아니겠냐는 말에 엄청난 빚을 내서 이사를 결심합니다. 그런 그를 나는 어리석게 보았습니다. 남의 생각이 자기생각인양 줏대 없는 그의 어리석은 행동은 나를 연상케 했기 때문입니다. 붕어빵 틀에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전원주택은 남을 따라가는 우리의 모습을 풍자한 모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도시인의 꿈인 전원주택의 삶을 살지만 전원주택의 삶이 오히려 더 불안감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가 개들에게 물어 뜯기게 되는데 주변사람들이 이를 모른척하는 장면에서는 우리의 무관심을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편혜영'이라는 작가는 내게는 이 책처럼 낯선 작가였습니다. 책 뒤편 해설에서도 이 작가가 쓰는 글에는 잔혹한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 잔혹함이란 일상생활을 담담히 쓰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고 글의 묘사가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부분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개에게 물어뜯기는 장면의 묘사는 특히 시각과 촉각적으로 더 와 닿았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고 낯선 소설이었지만 어쩌면 나도 이런 일상적인 생활을 잔혹함이라는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묘사로서 촉각과 시각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에 새로움을 느꼈습니다. 전체 소설 내용이 이해하기 난해한 부분들도 있어 어려웠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우리의 생활을 본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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