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소개할 책은 오래된 일기입니다. 오래된 일기는 표제작 「오래된 일기」를 비롯하여 총 9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비록 읽으면 읽을수록 뒤죽박죽 복잡해지는 생각들이지만 나름에 이 소설에 느낀 부분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오래된 일기」의 ‘나’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어린 시절의 그는 무의식적으로 “아버지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그런데 정말로 그날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떨쳐지지 않는 죄의식을 떨치기 위한 방편으로 소설쓰기를 택한다.
<오래된 일기>의 주인공은 어리고 작은 잘못에서 생긴 마음속의 사소한 죄책감에서 시작된 생각의 꼬리는 결국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가족, 마음을 달래고자 긁적인 글귀로 인생의 방향도 달라지고 그에 따른 마음의 짐을 얻고 살아간다.
세상이라는 곳을 아직 긴 시간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사소한 사건, 인연들로 인해 작은 일, 몇 시간, 하루 몇 년의 세월의 방향이 바뀌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또 누군가에게 그런 인연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창기는 그런 인연에서 생긴 결과에 대해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납득은 하지만 심각할 정도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덩어리이었던 규는 죽음을 맞이하려고 한다.
이야기의 끝을 지나갈수록 ‘규는 무슨 말을 할까
무슨 말이라도 해라 제발’ 이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빠져들었다. 결국 무슨 원망도 바람도 하지 않는 규의 대답은 내가 찾아야할 몫이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 창기의 첫 글이 쓰인 노트를 건네며 읽어달라고 했던 규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풀어본다면 규는 창기의 죄책감의 대상이었지만 규는 창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창기의 글을 보고 설렜고 흥분됐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비참함도 느꼈지만, 그 글을 통해 창기의 감정을 글속에서 충분히 느꼈기에 설레고 흥분되었을 것이다. 죽음 앞에서 그 글을 읽어 달라한 규의 마음은 그 죄책감의 짐을 이제는 벗어버리라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살아가면서 나 또한 무수히 많은 사소한 연과 또 그것으로 인한 죄책감에 살아가지만, 그 모두가 앞으로의 나의 길을 만들어가는 거름이라 생각된다. 얽히고설킨 연들 속에 시간을 흘러가고 있고, 나는 변화하고 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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