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書架 ③ 러시아의 영혼이 잠든 곳, 러시아 국가도서관
“기억해줘, 안나. 내가 당신을 뜨겁게 사랑했다는 것을, 꿈에서라도 당신을 배반한 일이 없다는 것을”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 마지막 유언 -
러시아 국가도서관(Russian state library, 일명 레닌도서관)은 미국의회도서관(LC)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도서관이다. 러시아의 자존심이자 과거 소련이 세계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던 시절에는 지적 무기고 역할을 하였고, 지금은 러시아 정신의 원동력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 곳이다. 모스크바 한복판 권력의 핵심부 크렘린 궁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러시아 국가도서관 정면에 자리 잡은 도스토예프스키의 검은 석상이 있는데 의자도 아닌 좌대에 걸터 앉아 왼손은 바닥을 짚고 오른손은 허벅지에 올려놓은 도스토예프스키는 세상 고민을 몽땅 홀로 짊어진 고뇌에 찬 표정으로 국가도서관을 방문하는 방문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러시아 국가도서관 정면 중앙열람실
러시아 국가도서관의 중앙열람실에 들어가면 널찍한 중앙 홀에 레닌의 동상이 있다. 1970년 그의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것인데 열람자들을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이 진지하다 못해 심각하다고 한다. 레닌상의 배경을 이루는 벽화에는 노동자, 농민 등 각종 직업군을 그련 놓았고 홀을 빙 둘러 16개의 하얀 흉상이 배치되어있다. 체호프, 푸슈킨, 고리키,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 러시아가 낳은 자랑스러운 문호들이다. 레닌 사후 1925년부터 `소련 국립레닌도서관`의 명칭을 사용하다 1992년 소비에트연방 해체 뒤 옐친 대통령의 대통령령에 의해 현재의 `러시아 국가도서관`으로 개칭되었다.
러시아 국가도서관내에 희귀본박물관이 있는데 우피지로 만든 서적, 실크로 만든 책과 신문이 전시되어있으며 실크 책은 더러워지면 세탁을 하여 읽었다고 한다. 인큐내뷸러(요람의 책,1500년 이전 책)를 비롯하여 정체를 알수 없는 많은 고서들이 전시되어있다. 알렉산드로 2세와 3세가 각각 소장했던 책도 있고, 도난 방지용 족쇄가 채워진 책도 있다. 이곳에는 인류의 역사를 바꾸거나 큰 영향을 끼친 세계적 명저의 초판본이 있는데 루소의<에밀>, 다윈의<종의 기원>,빅토르위고<레미제라블>등의 엄청난 책들이 있다.
15세기 키릴문자 슬라브 출판물 18세기 신문컬렉션 15세기 키릴활자본 러시아 국가도서관은 볼셰비키 혁명 직후 국유화되거나 버려진 영지, 폐쇄된 교회, 학교 등으로 직원들을 파견하여 장서 수집에 많은 성과를 올렸다. 혁명과 1918년 정부의 모스크바 이전으로 도서관은 국가 제1 도서관으로 지위가 향상되었고 1919년 레닌의 정원확대 법령으로 도서관을 대폭 확대 시켰으며, 레닌 사후 1925년 명칭이 소비에트연방 레닌국립도서관이 되었고, 이때부터 국가 재정과 장서 확충에 따른 모든 업무를 담당하였다.
현재 러시아 국가도서관은 세계 249개 언어로 된 4,300만여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고 중앙열람실 하루 이용자는 1만여명 정도 이용하고 있다. 국가도서관 옥상 가장자리에는 노동자, 농민, 지식인, 학생 등 다양한 직업군의 하얀 입상이 하늘을 배경 삼아 당당한 자태로 서 있고 `모든 인민의 도서관`을 상징한다고 한다.
참고도서: 유종필 저/세계도서관기행/웅진지식하우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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