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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을 읽고...

안녕하세요! 일어일문학과 09학번 김현주입니다.

 

저는 일본소설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보통 일본소설하면 요시모토 바나나와 에쿠니 가오리를 많이 알고 있지만 저는 일본의 대문호로 불리고 있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선택한 이유는 소설의 내용도 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지만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소설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문장능력에 반한 것도 한가지 이유입니다. 또한 아쿠타가와의 살아온 길을 들으며 더욱더 이 작가에게 끌리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하인은 주인에게 쫓겨나 교토의 정문인 라쇼몽 아래에서 갈 곳이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며 비를 피하며 앞으로 먹고 살기 위해 도둑질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그러다가 하인은 라쇼몽 위 2층 누각에서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는 노파를 발견합니다죽은 사람의 머리털을 뽑아 가발을 만들어 파는 것은 나쁜 짓이지만 자신이 머리털을 뽑는 죽은 사람들도 생전에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느정도는 다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해도 싸다고 노파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을 듣고 하인은 자신도 먹고 살기 위해 어쩔수 없이 하는 도둑질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노파의 옷을 빼앗아 달아납니다.

 

처음 라쇼몽을 접했을 때 소설의 묘사력이라던가 그 묘사가 표현하는 내용들이 너무나도 잘 표현되어 있어서 소설의 내용이 섬뜩하면서도 인간의 모순과 자기방어적인 모습이 매우 잘 나타있어 작가의 뛰어난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라쇼몽을 읽고 나서 아쿠타가와라는 작가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작가에 대해서 좀 더 조사해 보니 아쿠타가와는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글을 읽은 다른 나라의 작가들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이며, 북한의 [김남천]작가 역시 아쿠타가와의 [덤불 속]이라는 작품에 영향을 받아 [장날]이라는 소설을 창작했다고 합니다.

 

아쿠타가와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정신병에 걸린 이유로 어머니와 떨어져 삼촌 집에서 지냈고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글쓴이의 작품에는 라쇼몽처럼 어둡고 인간의 내면의 추악함에 대해 그린 작품이 많습니다. 『덤불 속』역시 사람마다의 감정이나 심리에 따라 상황이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인생의 진상이란 전체를 잡기가 어렵다는 것 등 작가의 회의적인 인생관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떠한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아쿠타가와역시 사람을 그러한 존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소설에 그의 생각들이 이야기를 통해 나타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이기심과 자기합리화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곤경에 빠졌을 때, 가장 극한의 생존적인 문제에 도달했을 때 인간은 결국 자기자신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 그의 인간관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라쇼몽을 처음 읽었을 때 소설의 내용과 분위기가 어둡고 무서운 느낌이었지만 다시 한번 더 읽고 생각 해보니 인간내면의 모습을 그려낸 것으로서 만약 내가 그 상황에 처했더라면 나도 그 하인처럼 행동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점을 품게 만들었습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어졌을 때 하인이 도적질을 하려 해도 처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처럼 저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만 노파의 행동을 보고 도적질의 동기화를 얻으면서 스스로를 합리화 하게 되고 누구나가 그런 상황이 된다면 하인처럼 도적질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라쇼몽을 읽어보고 인간의 내면과 양심, 이기적인 행동과 자기 합리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시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과연, 내가 하인과 같은 암담하고 처참한 처지였다면 어떻게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