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꽃샘주위가 시샘하듯 버티고 있지만, 계절은 어느새 봄의 길목에 서 있는 듯 합니다. 대지가 활기를 되찾고 새 생명이 움트는 봄을 책과 함께 맞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차분하고 안정적인 마음을 전하고자 여러분에게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세상을 향해 한결같이 맑은 감성의 언어로 사람을 전해온 이해인 수녀의 산문집으로 지난 2008년 직장암 판정을 받은 후 항암 치료를 받고난 후 처음 발표한 작품입니다.
산문집으로는 근 5년여 만에 펴낸 이 책에는 암 투병과 동시에 사랑하는 지인들과의 작별로 인한 아픔의 시간들을 견뎌내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이해인 수녀의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특히 산문집에는 세계적인 판화가 황규백 화가의 그림을 함께 실려 눈을 즐겁게 합니다.
정겨운 돌담, 작은 새 등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사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내재된 정감을 일깨우는 황 화백의 작품들은 이해인 수녀의 글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읽도록 이끌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요즘 우리(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앞에 닥친 상황들과 미래의 불안감으로 스스로를 얽매이며 각종 스트레스를 주며 자신을 혹사하고 있지는 않은가... 세상을 좀 더 넓게 평화롭게 보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은 매일이란 바다의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행복합니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주변에 보물 아닌 것이 없는 듯합니다. 나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이미 놓쳐 버린 보물도 많지만 다시 찾은 보물도 많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아직도 찾아낼 보물이 많음을 새롭게 감사하면서 길을 가는 저에게 하늘은 더 높고 푸릅니다. 처음 보는 이와도 낯설지 않은 친구가 되며, 모르는 이웃과도 하나 되는 꿈을 자주 꿉니다.
-<여는 글>에서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더 잘 보이듯이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평소에 별로 친하지 않던 사람이라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크게 보인다.
우리가 한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만남과 이별을 잘 관리하는 지혜만 있다면 삶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웬만한 일은 사랑으로 참아 넘기고,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마침내는 이해와 용서로 받아 안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서 말이다. 서로의 다름을 비방하고 불평하기보다는 ‘이렇게 다를 수도 있음이 놀랍고 신기하네?!’ 하고 오히려 감사하고 감탄하면서 말이다.
(……)
나하고는 같지 않은 다른 사람의 개성이 정말 힘들고 견디기 어려울수록 나는 고요한 평상심을 지니고 그 다름을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한다. 꽃이 진 자리에 환히 웃고 있는 싱싱한 잎사귀들을 보듯이, 아픔을 견디고 익어 가는 고운 열매들을 보듯이…….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에서
소박한 매일의 행복과 '살아있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이 책은 희망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불러야만 오는 것임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여유로운 봄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에 앉아 일상의 여유를 만끽해 보면 마음이 한결 정리되고 편안해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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