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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ous/(종료)Book review

광해, 왕이 된 남자 - 이주호 황조윤

백성을 섬기고자한 진실된 가짜 왕을 만나다!

  이 소설은 이병헌, 한효주, 류승룡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동시에 기획된 역사소설로 영화와 다른 충격적 반전과 결말을 담고 있다.  소설은 광해군 815일간 사라진 승정원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 독이 든 음식을 먹고 광해가 의식을 잃은 사이, 국정의 혼란을 막기 위해 대신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을 통해 조선 정치판의 비열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신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 속에서 왕권을 강화하려는 광해, 그를 지키려는 도승지 허균, 백성의 삶을 돌보려는 가짜 왕 하선, 왕의 여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잃어야 했던 중전, 제 이익 불리기에 바쁜 조선 세도가들 등을 둘러싼 정치적 암투가 긴장감 넘치게 펼쳐지며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왕, 이 나라가 꿈꿔 온 왕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것은 영화와 유사하다. 그러나 폭군으로 알려진 광해가 왜 폭군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대동법과 호패법이 광해와 신료들의 권력 다툼에서 쟁점이 된 이유는 무엇인지, 역모 사건이 이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허균이 역적으로 몰리게 된 이유 등 영화를 통해 정확히 표현하지 않던 의문들을 자연스럽게 해소해 준다 

고교 역사교사들이 뽑은 재평가가 필요한 역사 인물 1

지금껏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난세의 명군, ‘광해를 재조명한 유일한 역사 소설

역사에 그려진 광해군은 폭군과 성군 사이를 오갔다.

  왕위에 오르자마자 형 임해군과 이복동생 영창대군의 사사를 묵인했고 풍문일 뿐이었던 고변과 역모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수년간 조정을 피로 물들게 했다. 당파 싸움은 끊이지 않았으며 올곧은 선비들이 억울하게 희생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광해군의 전부는 아니다. 광해군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마자 피난 계획을 세운 선조를 대신하여 분조를 이끌고 전장을 누빈 영웅으로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에게 군량미를 나누어 주고 의병을 모집했으며 장군들을 독려했다. 왕위에 오른 뒤에는 이치와 형평에 맞지 않는 조세 제도를 없앨 수 있는 방법으로 대동법 시행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조정 신료들의 반발로 오래 시행되지는 못했지만 이것은 분명 백성을 위한 정책이었다. 또한 광해는 사대의 예만을 따지며 명에 순종하는 것에 반대한 조선의 유일한 왕이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에게 기억된 광해군은 비정한 폭군의 모습뿐이다. 광해군 이후 인조 집권 시기의 사학자들은 광해군의 치적을 기록하는 것에 인색했다. 치적은 깎아내리고 실정은 빠짐없이 적었다. 그래서 후대의 많은 사학자들은 광해군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려지고 잊힌 왕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눈만 마주치면 죽일 듯이 으르렁거리던 서인과 북인 사대부들이 대동법을 막기 위해 야합하는 장면은 오늘날 망치를 들고 싸우다가도 세비를 올릴 때는 한마음으로 뭉쳤던 국회의원들이 모습이 떠오르고,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는데도 명에 사대의 예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료들의 행동에서는 한미 미사일 협상 등 강대국에 끌려 다니기만 하는 힘없는 외교력이 스쳐간다.

  소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과 현대,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고단한 서민의 생활, 현실을 관통하는 예리한 풍자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