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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ous/(종료)Book review

자기앞의 생 La vie devant soi - 에말 아자르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사랑없이 살 수 있나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단어 하나만 넣으면 알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한 세상이다. 때론 그 모든 것들을 열어보는데 그만 지쳐 나가 떨어질 때도 있을 만큼.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서른한 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서 매일 바날라 맛만 고르는 것처럼 관성적으로 살아간다. 일상을 더 풍성하게 하는 건 시선을 조금만 더 옆으로 돌리는 것. 호기심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 아주 약간 모험심을 가지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세상을 그렇게 조금씩 넓어진다관성을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책을 집어드는거다. 책장을 여는 순간 다른 이들의 삶속으로 들어감으로써 내 삶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다.

여기 파리의 빈민가, 그안에서도 오래되고 낡아 엘리베이터도 없는 벨빌 아파트의 7층에는 아우슈비츠의 기억에 시달리는 로자 아줌마와 맹랑한 아랍인 꼬마 모모가 함께 살고 있다. 한때는 창녀였고 이제는 늙고 병들어 치매까지 있는 로자 아줌마는 창녀의 자식들을 키우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가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 모모는 그 아이들 중 하나이다.

부모의 그늘 없이 맨몸으로 세상에 던져진 열 살 (실은 열네살인) 모모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위악적인 태도를 보인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슬퍼도 눈물 흘리지 않는다. 소년은 거짓말쟁이다. 천연덕스럽게 어른들을 속여넘기고 가끔씩 도둑질도 한다.

 나는 행복해지려고 그렇게 안달하지는 않았다. 나는 삶을 더 좋아한다. 행복이란 감미로운 오물덩이요, 횡포한 것이다. 그러니 그놈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놈의 행복이란 것과 나는 전혀 연대가 맞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까딱하지 않는다...나는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을 겪어본 후에나 그놈의 행복을 겪어볼 생각이다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길이 없다. 그럴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만 싶어진다. 마치 내속에 다른 녀석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목숨을 소중히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볼 때 그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 본문 중에서

열살 짜리 꼬마의 말 속에는 현실에 대한 냉소와 슬픔이 담겨져 있지만, 고되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 소년은 충실하게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제 아무리 강한척 해도, 어둠이 무섭고 로자 아줌마 없이 혼자 살 생각을 하면 두렵기만한 한 것이 모모의 진심이다. 충분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소년은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세상은 지극히 남루한 현실을 통해 삶의 비밀을 알려준다.

이 소설은 인간에 대한 냉소적이고 싸늘한 상황과 따스한 시선이 교차하는 하나의 퀼트같은 작품이다. 쓸쓸한 유머로 시작해 눈물로 끝나지만, 그 속에는 절망과 희망이 함께 직조되어 있다. 극중에서 하밀 할아버지는 모모에게 웃으며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 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 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우리 생도 그렇다. 희망의 표정을 한 절망과, 절망의 표정을 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슬픔 속에 기쁨이 있고, 기쁨 속에 슬픔이 있듯이. 그런 것이다 삶은.

자 이제 당신에게도 묻는다.
당신은 사랑없이 살수 있는가?’
책을 덮고 나면 문득 누군가의 이름을 크게 불러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없이 살수 없는 법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