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evious/(종료)Olib

문화탐방! 남원여행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27일, 문화 사업단에서 주최하는 남원 일대 탐방을 다녀왔다. 탐방을 떠나는 당일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정시에 모여 순조롭게 출발 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전라북도 남동부에 위치한 남원까지는 약 3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처음에는 다들 서먹해 조용했었지만 인솔하시는 선생님들의 재치와 노력으로 다들 쉽게 가까워 질 수 있었다. 이번 탐방에는 재학생들 외에도 본교에서 공부중인 외국 입양아들, 중국 교환학생들이 함께 떠난 가을 마실이었다.

  남원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찾은 곳은 ‘혼불 문학관’ 그곳에서 나는 작가 최명희 선생님이 쓴 10권의 대하소설 ‘혼불’의 생가를 만날 수 있었다. 설명하시는 도우미 할머니께서는 ‘혼불’이 자주 박경리의 ‘토지’와 비교가 된다며, 두 소설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문학이라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전시된 ‘혼불’의 초안 원고에서 시집도 가지 않고 17년간의 열정과 투혼을 담아 집필한 그네의 손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혼불’의 소설 속에 나오는 문장인‘千秋樂萬歲享’(천추락만세향) 이라고 쓰인 입구어귀의 돌덩이 옆에서 중국 교환학생들은 한자가 반가웠는지 사진을 찍었다. 최명희 선생님이 살아 있었더라면, 또 그 모습을 보았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다음의 방문지는 남원 향토박물관. ‘소원’이라는 한국이름을 가진 프랑스 입양아 친구가 ‘쾌걸 춘향’의 포스터에 관심을 보였다. 그 곳에는 전통적 남원의 느낌을 살려 낸 장구국악체험, 마당극 춘향전체험, 전통의복체험, 막걸리 시음 등 여러 테마가 있었다. 특히 장터 튀밥 코너에서 입양아 중 누군가‘Korean Popcorn’이라 하자 또 다른 누군가가‘Pop-Rice’라 했던 말에 모두들 웃었던 것과, 떡메치기 코너에서 남자한국인들보다 더 떡을 잘 메쳤던 ‘돌쇠’란 별명을 가진 입양아 친구가 기억에 남는다.  

  후에 우리는 춘향테마파크로 이동했다. 그네 뛰는 성춘향의 모습을 보고 반한 이몽룡이 그녀에게 화끈한 프러포즈를 했던 곳과, 둘의 순수한 사랑을 갈라놓으려 했었던 변학도의 사무실인 관아도 볼 수 있었다. 또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설치해 놓은 마네킹과 실제 곤장 형틀을 보고 신기해하던 입양아들에게 사용법을 설명해 주었더니, 처음 보는 고문 기구가 신기했던지 직접 곤장 형틀에 누워 번갈아 가며 볼기를 치기도 했다. 물론 장난 후에 찾아오는 거침없는 고통을 느낀 후에야 그것이 장난 아닌 실제 고문에 쓰였다는 것을 믿던 그들이 천진난만해 보이기도 했다. 춘향테마파크를 떠나기 전 누군가 “왜 남원에선 춘향이 만큼 이몽룡을 챙겨주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몽룡테마파크’라고 해도 될 것을 왜 굳이‘춘향테마파크’라 했을까. 이 질문에 “이몽룡은 중간에 한양 갔다 왔다이가.”라며 성심성의껏 답변 해주었던 누군가의 한마디가 가슴에 찡하다.

  이번 문화탐방의 메인 테마인‘춘향이 그네 뛰던 광한루에서 혼불마을까지’에 걸맞게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광한루 원. 이곳은 월매가 살던 집과, 춘향이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난 이몽룡을 그리며 하늘에 박힌 별을 세었다는 광한루, 견우직녀이야기에도 나왔던 오작교 등 그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자 손녀를 달래기 위한, ‘옛날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춘향이 이야기에 실제성을 부여했다. 월매의 집안에는 조그만 호수가 있었는데, 그 호수에 춘향이와 몽룡이가 서로를 안고 있는 조그만 바닥이 있었다. 그 바닥의 중간 부분에 동전을 던져 조그만 항아리를 통과시키면 사랑이 찾아오거나 이루어진다는 설이 있어 같이 갔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기투합하여 선생님 한 분을 위해 노력했던 것을 잊지 못한다.

  짧은 시간 남원에 일랑이는 가을내음을 스친 것이 아쉽지만, 언제나 여운을 남기는 것이 아름다운 법. 손톱의 매니큐어가 스르륵 지워지듯이 그 날의 감상도 슬며시 기억에 잠기겠지만,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이야기는 여운 없이 후세까지 해피엔딩으로 전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옛날이야기’로만 그칠 수도 있었던 춘향이 이야기가‘실존’했던 인물들의‘실화’였다는 것을 알게 해준 문화 사업단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글 - 황유선, 생명공학 06)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