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文化의 세상, ‘백인제기념도서관’
축구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축구공이다. 아무리 멋진 감독에 훌륭한 축구 선수라고 해도 공이 없다면 경기
에서 이길 수 없다. 우리학교에서 도서관은 ‘공’과 같이 무엇보다 꼭 필요한 존재다.현실과 낭만의 공존
‘도서관에라도 와야 마음이 편하다’했던 선배들의 말을 4학년이 되어서야 실감한다. 이른 아침부터 열람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리라’ 생각하며 위안 삼는다. 성공적인 취업에 대한 부담, 미래에 대한 막막함 등 지나고 나면 젊은 날의 추억일 법한 고민들이 당장 머리를 짓누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백인제기념도서관’은 이런 내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고 싶거나 모든 짐을 내려놓고 싶을 때, 도서관은 떠나고 싶은 곳이 아니라 다시 찾게 되는 곳이다. 도서관에서 문화생활을 즐기고 여유와 낭만을 만끽하는 기쁨은 남다르다.
도서관의 재발견
‘책을 읽고 공부하기 위한 곳’이라는 도서관에 대한 케케묵은 고정관념. 아직까지 이런 생각을 가진 인제인이 있을까? 도서관의 변화를 실감한 건 어학연수를 마치고 1년 만에 학교에 돌아왔을 때였다. 책과 함께 영화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전시회까지 펼쳐지고 있었다. 대학 도서관에서 보는 전통타악기 공연이나 닥종이인형 전시회, 보자기 작품전 등은 분명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이례적인 일이겠지’ ‘지역 문화 행사 개최지가 학교인가?’라며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백인제기념도서관이 단순한 대학 도서관이 아니라 지역 내 문화의 전당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급기야는 세계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도서관은 ‘아시아의 창’이라는 주제로 우리 이웃국가들을 소개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모습과 전통, 생활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 있었다. 특히, ‘인디아위크’에서 소개된 인도 문화는 참 인상적이었다. 인도는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로 손꼽았던 곳인데, 일상을 나누는 캠퍼스 안에서 그 곳을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영화를 많이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큰 규모의 국제 영화제가 아니고서야 한국에서 인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는 무척 드물다. ‘인디아위크’를 통해 인도 영화를 감상하고 인도의 민속춤과 전통 인형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었다.
어디 이뿐인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상영되는 ‘아트&클래식 오딧세이’에서는 명작영화에서부터 놓치기 아까운 세계적인 발레․오페라 공연 실황까지 소개한다. 이것이 바로 학업과 취업난에 지친 우리를 다시 도서관으로 모여들게 하는 백인제기념도서관만의 매력이다.
음악과 미술, 연극 뮤지컬 등 수없이 많은 전시회와 공연이 기획되지만, 지방 사람들은 여전히 큰 문화의 부재(不在) 속에 살고 있다. 또 비주류의 문화 속에 더 큰 가치가 숨겨져 있는 법이지만 대중들은 그 진가를 발견하는 기회조차 가지기 힘들다.
이러한 씁쓸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 인제인 만큼은 큰 문화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것도 캠퍼스 안에서 말이다. 친구를 만나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묵혀둔 일상사를 꺼내기도 하는 바로 그 도서관이 우리를 다양한 문화 속으로 인도한다.
좋은 공연, 전시회를 찾아 서울로 가기 전에 가까운 우리 학교 도서관을 둘러보자. 그 곳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무궁무진한 문화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고 그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건 우리가 인제인으로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이다.
글 - 여영해(언론정치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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