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보건행정학과 08학번 황희주입니다.
일본 작가인 사사키 조가 쓴 <제복수사>는 <도가니>와 닮은 점이 많은 소설로, 제 마음에 큰 파문을 남긴 책이기도 합니다.
<제복수사>는 25년 동안 강력계에서 경력을 쌓아 온 형사 카와쿠보가 한 농촌 마을의 주재소 근무를 명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작품입니다. 주재소란 우리나라의 파출소와 비슷한 곳으로, 이곳에 배치된 주재 경관은 그 지역에 상주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밀접한 교류를 하게 됩니다. 인구 6000명인 조그마한 농촌 마을에서 큰 범죄가 발생할 확률은 희박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주재 경관이 된 카와쿠보가 찾아본 사건일지에도 ‘이상하리만큼’ 범죄 기록이 적습니다. 하지만 마을에서 일어나는 몇 개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카와쿠보는 마을이 은폐한 진실의 조각들을 하나둘 밝혀내기 시작합니다.
마을의 유력자들은 마을 안에서 범죄자를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주재소 경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체적으로 방범협회를 만들어,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덮어버리려고 합니다. 진실은 그렇게 마을 속에 파묻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들은 그것이 궁극적으로 마을의 평화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와쿠보 경관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은폐된 범죄는 시간이 지난 후, ‘곪아 있던 상처가 터지듯’ 또 다른 형태로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카와쿠보는 정의감이 강한 인물입니다. 25년이라는 형사 경력이 말해주듯 사건을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세밀한 관찰력, 그리고 정보를 종합하여 결론을 내리는 추리력도 매우 뛰어납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해도 수사할 권한이 없는 제복 경관이면서 상사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복종해야 하는 경찰 집단의 일원이라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들, 진실을 보지 못하는 무능한 상사에게 맞서 카와쿠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처럼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거나 동화 속 주인공처럼 항상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없는 현실의 우리들은, 비록 자신이 가진 힘의 한계를 느낄지라도 카와쿠보 경관처럼 항상 최선을 다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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