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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오름 후기> 우리들의 약속과 양심

도서관을 들어가며 빨라지는 다리 뒤로 나의 시선은 한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2007년 2학기 희망오름 모집'.

같은 과 친구와 함께 몇 자 끄적인 이름으로 희망오름이라는 울타리를 맞이하였다.

많은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나의 교내에서 맞이하는 첫 봉사활동은 잔잔하게 그리고 활발하게 시작 되었다.


도서관에서 개인물품 치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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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맡은 일은 도서관에서 개인물품 치우기였다. 하지만 도서관에 들어가기 직전에 상상했던 양보다는 많이 적었다. 몇 년 전만해도 개인 물품을 자리에 쌓아두거나 자신의 책들을 자신의 분신인양 책상위에 놓아두고 주인 없는 이름표를 만들어 하나의 공간을 차지하던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앞 기수 희망오름에서 많은 노력을 했었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본능이기에 완전한 이기심의 소멸은 있을 수없는 법. 책을 쌓아놓거나 바닥에 두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앉지 못하게 책만 덩그러니 올려놓는 학생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개인물품이 있었다. 그것은 도서관 바닥에 남기고간 양심이라는 것이었다. 

떠난 자리가 깨끗해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했던가? 머리 안에 가득한 지식만큼이나 바닥의 쓰레기가 많이 산재되어 있었다. 난 그 버려진 양심들을 구겨진 비닐봉지에 담아 깨끗이 정화하고 싶었으나 그것을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깨끗해진 열람실과 휴게실을 보고 내 자신이 뿌듯해짐을 느꼈다. 자신의 머리에 지식을 채우는 만큼 자신의 마음에도 양심을 채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무인좌석시스템에서의 감독 

시험기간이면 꼭 치러야 하는 자리전쟁.

그 전쟁을 위해 학생들은 새벽 일찍 먹이를 찾는 부지런한 참새가 된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미래를 위해 지식을 찾는 부지런한 우등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의 양심을 채우기 위한 우등생이 되기는 꺼려하는 것 같다.

잠이 많은 내가 아침 일찍 무인좌석기 앞에서 감독을 하러 열람실로 내려갔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개인의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지라 내 자신이 왜 이곳을 지켜야 하는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지켜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쉽게 납득할 수 있었다.

한국인은 정이 많은 민족이라 했던가? 하지만 그 '정'에 대한 폐해는 심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두명씩 두개 이상의 자리를 확보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그들은 굶주린 이리떼들처럼 한명은 나의 시선을 가리고 나머지 사람이 남은 자리를 다 찍어버리는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경고를 주었음에도 개의치 않고 무작정 자리를 확보하는 학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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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경우는 이름을 적는다며 주의를 주자 '유도리(융통성) 있게 하라'고 화내는 학생도 있었다. (유도리는 일본말의 잔재입니다.) 유도리? 유도리의 기준이 뭘까?

자신의 이기심을 채워 주는 것이 유도리가 있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 유도리 있게 하는 것인지 그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가시 돋은 말다툼으로 더 이상 감정을 소비하고 싶지 않아 이름만 적고 보내 버렸다.

아니.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아주 숙련된 전문가인양 행동했고 맡은 자리를 모두 확보하면 하나의 임무를 완수 했다는 양 자신감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질서란 무엇일까? 양심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간과하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로서 최소한의 약속과 양심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킬 때만이 '자유'와 '평화'라는 슬로우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좌석을 배정하는 것도 뒷사람을 위해 한명 당 한 좌석을 배정하는 것도 우리가 학교 내에서 생활하는 약속이자 양심 그리고 자유와 평화인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우리들의 약속과 양심에 충실했는지, 너무나 지식만을 쫒으며 다른 것은 둘러보지 않았는지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할 것이다. 
                                                                                                              (글. 건축학과 01 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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